‘본부 4열’과 공부시위

게릴라 관악 2011.06.03 20:26


2005년 이후 6년만에 성사된 비상총회, 2011년 5월 30일, 아크로에 모인 1700 학우들은 말 그대로 본관을 ‘밀어서 잠금해제’ 해버 렸다. 이 본부점거 이후, 트위터 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 본부점거와 관련된 글들을 올리고 있다. 필자는 원래 비상총회 성사 이후 지금까지 트위터에 올라오고 있는 학우들의 전반적인 여론을 살펴보고자 하였으나, 막상 그러한 트윗들을 정리하려고 보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므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여러 가지 주제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최근 네이버와 네이트 메인에 동시에 올라오며 외부적으로 가장 이슈화 되고 있는 주제인 ‘본부의 중도화’의 시발점이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필자는 글을 쓰는 동안에도 쏟아지는 트윗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아, 왼쪽의 사진은 김고기(@Demagogy)님이 트위터에 올려주신 ‘밀어서 잠금해제’의 본부점거 버전이다.

모든 것은 본부점거 직후 올라온 이 하나의 트윗에서 시작되었다.






이 트윗은 22회의 리트윗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역시서울대생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만, 본부에 있던 이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전날 비상총회에 참가하여 자신이 던진 비표와 그로인해 결정된 사항에 공감하여 본부에 들어온 뒤, 늦은 밤에 본부에 앉아서 할 일이 없었던 이들은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책을 꺼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 사진은 몇몇 학우들에게 깊이 각인되었고, 이후 스누라이프와 트위터를 통해 ‘본부에서 공부하자!’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총학에서도 이를 지지하며 본부에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놓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점거 3일차인 6월 1일 아침, 11석의 규모로 본부 4열이 공식적으로(?) 개장하였다. 학우들은 본부 4열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으며 본부 4열뿐만 아니라 각 층 복도와 총장실, 회의실 등지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공부시위’는 본부점거 사흘 만에 이번 서울대 본부 점거의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본부에 있는 학우들의 ‘공부시위’의 의미를 단순히 공부+시위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들은, 바로 앞에 중도가 있음에도 본부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공부하는 시위’가 아닌 ‘시위 현장 속에서의 공부’라고 해석해야 옳다. 물론 이 학우들이 대단하거나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본부에 오지는 않았을 테지만, 오히려 그럴 수 있기에 이 상황은 유의미하다.

이러한 시위의 방법은 단순히 새롭고 참신한 것을 넘어서서 일상과 투쟁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준 셈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점거는 감히 ‘지속가능한 점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총장님이 얼른 본부로 달려와 주셔서 학우들이 제 1 중도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제안한다, 과제와 시험의 더미를 껴안고 본부로 뛰어들어라. 본부 점거에 동참하는 것과, 수많은 과제들을 헤쳐 나가는 것 모두 당신의 삶이다. 이곳은 그 삶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 라온 수습편집위원 ooopak11@naver.com


Trackbacks 0 : Comments 0